식물의 잎은 태양광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넓게 펼쳐지고, 그 안에서 잎맥(관다발)은 균형 있게 퍼진다. 당연해 보이는 이 과정 뒤에는 잎과 관다발의 발달을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는 분자 신호 체계가 숨어 있다. 국내 연구진이 식물의 영양분 수송로인 체관에서 시작된 특정 신호가 잎의 전체 형태를 결정하는 핵심 원리를 밝혀내며, 작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 교수 연구팀이 체관 유래 단백질인 ‘JUL1’이 마이크로RNA 생성을 조절함으로써 잎과 관다발의 균형 잡힌 발달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잎과 체관의 발달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추정은 있었지만, 두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분자적 기작이 실험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물은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생산하고, 이를 체관을 통해 식물 전체로 운반한다. 연구팀은 체관 발달을 억제하는 단백질로 알려졌던 JUL1에 주목해, 이 단백질이 잎의 아랫면에서 잎의 형태를 결정하는 마이크로RNA인 ‘miR165/166’의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JUL1은 마이크로RNA의 원료가 되는 전사체에 직접 결합해 성숙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잎의 위·아래 균형과 관다발 배열을 조율하는 일종의 ‘교통정리자’로 기능했다.
실험 결과, JUL1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잎이 아래로 심하게 말리거나 체관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줄기 속 체관에서 유래한 단백질이 잎의 구조를 좌우하는 ‘구조적 축’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RNA의 구조 조절을 통해 마이크로RNA 생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조절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식물 생물학의 오랜 난제였던 조직 간 통합 발달 메커니즘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
황일두 교수는 “광합성 산물이 이동하는 체관과 광합성이 일어나는 잎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작물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작물의 외형과 수송 능력을 동시에 최적화해, 기후 변화와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맞춤형 작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식물의 ‘보이지 않는 신호망’을 풀어낸 이번 발견은, 미래 농업과 생명과학 연구의 지형을 바꿀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논문명은 JULGI coordinates vascular development and leaf patterning through non-cell-autonomous regulation of miR165/166이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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