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고유한 지문이 있듯, 모든 물질에는 빛과 상호작용하며 드러나는 고유한 ‘빛의 지문’이 존재한다. 반도체 공정부터 환경 감시, 질병 진단, 우주 연구에 이르기까지 분광학은 접촉 없이 물질을 식별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돼 왔다. 다만 복잡한 신호 해석은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왔다. KAIST 연구진이 이러한 한계를 넘어, 인공지능이 분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해석하는 기술을 구현하며 산업 현장 활용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상후 교수 연구팀은 잡음·오염·결손 데이터가 섞인 복잡한 분광 신호에서도 인공지능이 물질 정보를 정확히 판독하는 AI 기반 심층 분광해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처럼 스펙트럼을 참고 데이터와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펙트럼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해 패턴을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스펙트럼은 물질이 방출하거나 흡수한 빛을 파장별로 펼쳐 나타낸 그래프다. 그동안 분광 분석은 신호가 겹치거나 잡음이 많을수록 해석 난도가 급격히 높아져, 현장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의 AI 모델은 이러한 스펙트럼을 이미지처럼 인식해, 데이터 일부가 손실되거나 품질이 낮아도 사물 인식처럼 물질 특성을 찾아내는 능력을 보였다. 더 나아가 예측 결과가 물리·화학적으로 타당한지 스스로 점검하는 기능을 갖춰, 분석 신뢰성도 함께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대기화학과 플라즈마화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흡수 분광 데이터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복잡하게 뒤섞인 신호 속에서도 오존과 질소산화물 등 8종 화학 물질의 농도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 기존 수작업 분석보다 정확성과 일관성에서 모두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분석 난이도 때문에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방대한 분광 데이터를 ‘즉시 활용 가능한 정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의 수율 향상과 핵융합 플라즈마의 안정적 제어는 물론, 스마트 시티 환경 감시, 비접촉식 질병 진단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박상후 교수는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하던 분광 데이터 분석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술”이라며 “환경 모니터링, 헬스케어, 플라즈마 진단 등 스펙트럼 분석이 필요한 산업 전반에 즉각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김종찬·허성철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계측·분석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1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Deep spectral deconvolution for image-based broadband spectral data analysis이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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