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O 2025 출원 데이터가 보여준 ‘기술 패권 재편’... 한국의 대응 전략은중국 질주·한국 안정적 성장… 특허·상표·디자인 전반에서 글로벌 IP 경쟁 구조 변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지식재산 출원 동향에서,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특허출원을 포함해 상표·디자인 전반에서 국가별 격차와 산업 구조 변화가 동시에 드러나며, 지식재산(IP)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먼저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특허출원은 2025년 총 27만 5,900건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PCT 국제출원은 단일 절차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국제단계 출원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기술 분야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전체 출원의 11.1%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고, 반도체 분야는 주요 기술 영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는 AI·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핵심 기술 영역으로 특허가 집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7만 3,718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으며, 미국(5만 2,617건), 일본(4만 7,922건)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2만 5,016건으로 4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9% 증가,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미국은 4년 연속 감소, 일본과 독일 역시 감소세를 보이며 기존 IP 강국의 성장 정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출원인 기준으로는 화웨이가 7,523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4,698건, 2위), LG전자(2,400건, 4위) 등 한국 기업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의 영향력을 이어갔다. 특히 LG전자는 15.2%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공격적인 특허 전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국제상표 출원은 다소 위축된 흐름을 보였다.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한 국제상표 출원은 6만 4,150건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으며, 주요 출원 10개국 중 7개국의 출원 건수가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프랑스 로레알은 5년 연속 1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의 지속성을 입증했다. 전년도 2위였던 노바티스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변도 나타났다.
반면 국제디자인 출원은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헤이그 시스템을 통한 국제디자인 출원은 1만 344건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으며, 포함된 디자인 수 역시 2만 8,58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기업 화웨이와 샤오미가 각각 178.4%, 186.5%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이며 디자인 경쟁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디자인 출원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독일·미국·스위스·이탈리아가 뒤를 이었다. 이는 특허 중심의 기술 경쟁을 넘어,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까지 포함한 ‘확장된 IP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WIPO 보고서는 글로벌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이 명확히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특허·디자인·상표 전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한국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유지하는 반면, 기존 선진국은 정체 또는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지식재산은 더 이상 권리 보호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산업·시장 전략을 통합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IP 경쟁 재편... 한국의 대응 전략은
글로벌 지식재산 경쟁이 기술·브랜드·디자인을 아우르는 ‘통합 경쟁’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한국 역시 기존 특허 중심 전략에서 한 단계 진화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WIPO 통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지식재산 경쟁은 단순한 출원 건수 경쟁이 아니라, 기술·산업·시장 전략이 결합된 ‘IP 시스템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여전히 국제특허출원 상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확대와 비교하면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ICT 등 핵심 산업에서의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출원 규모와 제도 경쟁력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IP 경쟁의 무게중심이 ‘양’에서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특허·디자인·상표를 통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제로 한 공격적인 IP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개별 기업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기술력 대비 글로벌 IP 영향력이 제한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은 출원 건수 확대를 넘어, 표준특허(SEP)와 핵심 원천기술 중심의 ‘게임체인저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서 기술 주도권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한국이 구조적인 전환을 위해 첫째, 국가 차원의 ‘전략 IP 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 반도체, AI 등 핵심 산업별로 특허·표준·데이터 권리를 연계한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업과 연계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둘째, ‘질 중심 특허’로의 전환을 통해 표준특허(SEP), 핵심 원천특허 확보 비중을 높이고, 글로벌 분쟁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재편돼야 한다.
셋째, IP와 산업·금융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즉 '활용' 중심으로 전환해 특허를 단순 권리가 아닌 자산으로 활용하는 IP 금융, 기술사업화, 라이선싱 시장을 활성화해 ‘출원 → 수익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특허를 ‘수익 창출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넷째, 디자인·콘텐츠·데이터 영역까지 IP 전략을 확장해야 한다. 이번 WIPO 통계에서도 확인되듯, 경쟁은 이미 기술을 넘어 디자인과 플랫폼, 콘텐츠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자인 출원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IP 경쟁이 기술을 넘어 소비자 경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역시 제품 경쟁력과 함께 디자인·브랜드 IP를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섯째, 민·관 협력 기반 IP 대응 체계 구축이다. 기술탈취, 특허 분쟁 등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기업·법률 전문가 간 협력 체계를 통해 대응 속도와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IP 전략 고도화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트렌드 분석과 선제적 출원 전략을 통해, 경쟁국보다 앞선 ‘예측형 IP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IP 경쟁은 단순한 출원 경쟁이 아니라, 기술·시장·제도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 경쟁”이라며 “한국이 현재의 안정적 성장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승부는 ‘얼마나 많이 출원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특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PCT국제출원, WIPO, 국제특허출원, 기술패권, 지식재산전략, 글로벌IP경쟁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스페셜 기획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