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19년 8월 과학기술인상, 성균관대 박호석 교수 선정

2차원 반도체 포스포린의 에너지 저장 기작 규명

특허뉴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19/08/07 [15:07]

[종합] 2019년 8월 과학기술인상, 성균관대 박호석 교수 선정

2차원 반도체 포스포린의 에너지 저장 기작 규명

특허뉴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19/08/07 [15:07]

 

▲ 2019년 8월 수상자 성균관대학교 박호석 교수     © 특허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8월 수상자로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박호석 교수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박호석 교수가 꿈의 신소재라는 2차원 반도체 포스포린의 에너지 저장 기작(mechanism)을 밝히고 에너지 저장장치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공로가 높이 평가되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포스포린(phosporene)은 인(P)에 고온고압을 가하면 흑린이 되며, 흑린 표면을 원자 한층 두께로 떼어낸 2차원 물질로 밴드 갭(에너지 준위 차)이 있어 전류를 제어하기 쉽다.

 

8월은 2003년 우리나라 역대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한 날을 계기로 에너지의 날(822)이 제정될 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은 달이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절실한 가운데 새로운 에너지 저장기작을 밝힌 박호석 교수가 이달의 과학 기술인상을 수상한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고용량 에너지 저장 신소재와 관련해 화학반응이 아닌 전극표면의 물리적 흡·탈착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슈퍼 커패시터가 높은 출력과 빠른 충방전 속도 때문에 주목받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포스포린은 상용 흑연보다 전기용량이 7배나 높지만 전기전도도가 낮아 고용량 발현이 어렵고 충전·방전 안정성이 떨어져 에너지 저장 소재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구조 및 안정성_ (a)표면 산화제어 및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가 조립되고, 3가지 산화된 인 관능기(O-P=O, C-O-P=O, C-P=O)가 존재한다. (b)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는 최대 478F/g 방전용량을 보이며, 고속 전류밀도 50A/g에서도 충전 대비 방전용량이 96% 유지됐다. 또 5만회의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 특허뉴스

 

박호석 교수 연구팀은 포스포린이 기존 이차전지와 달리 표면에서 산화·환원반응을 보이는 물리·화학적 특성에 주목하고 실시간 거동관측 기술로 포스포린의 환원 기작을 규명, 포스포린을 활용한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 슈퍼커패시터 소재를 개발해, 기존 분자 수준의 표면제어로는 달성하지 못했던 포스포린의 부피팽창과 낮은 전도성 문제를 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제어 기술로 해결했다.

 

▲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의 표면레독스 반응 모식도 및 분광학 결과_ (a)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표면의 산화된 인 관능기에서 수소이온과의 표면 산화․환원 반응으로 전하를 저장하는 모식도. (b) in-situ 고체 NMR로 산화된 인 관능기 피크가 충․방전시에 가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산화된 인 관능기인 P=O가 분자레벨의 레독스 기능기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c) in-situ Raman에 의해서 충․방전시에 포스포린의 전자구조가 가역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 특허뉴스

 

연구팀은 실제 2차원 포스포린을 전극소재로 응용, 이론 용량의 92%를 사용해 상용 활성탄 대비 4배에 달하는 용량을 구현했다.

 

개발된 소재는 고속 충·방전 시에도 충전 대비 방전 용량이 99.6%로 유지되는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5만 회에 달하는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용량을 유지하는 안정성을 나타냈다. 관련 성과는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20192월 게재됐다.

 

박호석 교수는 배터리 소재로만 알려졌던 흑린의 슈퍼 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포스포린의 에너지밀도 한계가 극복되면 고용량 에너지저장 신소재 개발 및 다양한 전기화학 시스템의 성능개선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0198월 수상자 성균관대학교 박호석 교수 인터뷰>

 

4차 산업혁명이 고도화되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컴퓨터,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 첨단 기기의 성능향상을 이끌 고효율 에너지저장 소재 개발이 세계적인 화두다. 8월의 과학기술인상 주인공 박호석 교수는 이차전지의 보완재로 주목받는 에너지 저장장치 슈퍼커패시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에너지 소재 연구의 길을 개척한 젊은 과학자다. 822일 제16회 에너지의 날을 앞두고 전해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소식이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2차원 나노소재를 활용한 표면 전하저장 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 소재 개발에 매진해 온 박호석 교수. 그는 평소 연구실 제자들에게 문제를 대하는 호기심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능력과 기초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인류가 해결하지 못 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기초역량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연구관으로 2차원 나노소재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독창적인 연구에 도전하고 있는 박호석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사진_한국연구재단    ©특허뉴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먼저 성균관대학교 에너지저장 및 환경소재 연구실의 학생과 모든 구성원, 그리고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해 주신 학과 교수님들과 학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좋은 연구를 같이하며 도움을 주셨던 동료들과 공동연구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동고동락했던 모든 제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2차원 나노소재의 표면 구조 제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해 오셨는데요. 관련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저희 연구실은 에너지 저장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2차원 나노소재를 활용한 표면 전하 저장을 연구해왔습니다. 흑연이나 그래핀은 동일한 sp2 구조(원자핵 주위에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나타내는 함수인 오비탈에는 방향성이 없는 공 모양의 S 오비탈과 세 방향으로 분포하는 아령 모양의 P오비탈이 있는데 SP2 구조의 경우 하나의 S 오비탈과 두 개의 P 오비탈 사이의 혼성으로 된 결합으로 높은 강도와 화학적 안정성을 지님)의 탄소동소체이지만 흑연은 리튬이온전지의 상용 음극 소재로 활용되고 이를 2차원 나노구조로 만든 그래핀은 슈퍼 커패시터에 적용되는 차이점에 착안했습니다. 더불어 물리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그래핀과 달리 레독스(환원) 반응을 할 수 있는 층상소재를 똑같이 2차원 나노구조화 할 경우, 새로운 슈퍼커패시터 소재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벌크 구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하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서 기존 에너지저장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 연구실 연구원들과 함께     © 특허뉴스

 

최근 2차원 반도체 포스포린(phosphorene)의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관련 연구 성과도 소개해주세요.

 

A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 제어를 통해 기존의 포스포린으로 달성할 수 없었던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배터리 소재로만 알려졌던 2차원 포스포린의 실시간 거동 관측을 통해서 표면 레독스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고, 이 외에도 전이금속디칼코겐 화합물과 도핑된 그래핀과 같은 다양한 2차원 나노소재의 슈퍼커패시터 거동을 연구했습니다. 현재는 포스포린 기반 슈퍼커패시터의 고전압화를 통해서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822일은 에너지의 날입니다. 미래 사회를 지탱할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확대보급, 그리고 그 기반이 될 새로운 에너지 소재 개발은 세계적 화두인데요. 교수님의 연구결과들이 향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 가게 될까요?

 

 A세계적으로 기후변화, 환경오염, 화석연료 고갈 등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및 전기자동차와 같은 신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IoT, 웨어러블 전자, 스마트기기의 확대로 에너지저장 장치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안보, 미세먼지, 에너지 소재 대외 의존도 등의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독자적인 기술의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너지저장 분야의 원천 소재 기술 확보가 가능하고, 향후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기술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러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셨고, 현재도 윌리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2차원 나노소재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리튬이온전지는 현재 이차전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술이지만 기후변화, 전기자동차 등과 같이 사회, 경제적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요구성능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응용 분야에 따라서 고용량, 급속충전, 안정성, 낮은 가격 등 다양한 요구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가 기술 메가트렌드입니다.

 

또한, 이차전지는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성능이 2배 정도밖에 향상되지 않았어요. 일반 전자부품과는 달리 화학기반의 소재 기술 개발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차전지 분야의 파급효과와 기술 확장성, 그리고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선택과 집중, 방향성을 가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화공학회 회원들과     © 특허뉴스

 

한국공업화학회를 비롯해 여러 학회의 종신회원 및 이사로 활동하며 에너지환경 분야 발전에 기여하셨는데요. 연구실 밖 소통과 교류에도 힘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제가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청소년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래희망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직이 기피 직종이라고 해요. 직업의 불안정성,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직접적이고 빠른 보상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직업인으로서의 과학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 전문가 집단의 방향성 있는 의견 제시가 이루어지고, 일반인들이 좀 더 친숙하게 연구 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회를 창구로 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가 필요합니다. 분야 자체의 저변 확대와 긍정적인 사회적 시각을 끌어냄으로써, 연구 분야에 열정적인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자에게 박수쳐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Q 창의적 연구와 더불어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시는데요.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평소 학생들 또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소개해주세요.

 

 A대학원 연구실은 학생들이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는 학위 과정인 동시에 이들이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입니다. 대학 때까지는 누가 정답을 빨리 정확하게 찾느냐에 따라서 본인의 역량이 결정되지만, 사회 혹은 적어도 연구 분야에서는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하는가에 따라서 본인의 능력을 평가받게 됩니다. 현시대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한 문제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학위 과정 동안 관련 분야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실 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필요한 분야의 최고 그룹들과 공동연구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연구자로서 갖추어야할 기본 지식, 의사소통 및 어학 능력을 향상시키며 정답을 찾아가는 자신만의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배양하도록 지도하려고 합니다.

 

연구자로서 귀감으로 삼으시는 인물이나 스승이 계신가요?

 

A저는 이온성액체 응용 에너지소재 및 소자개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세유체 응용 바이오소재를 연구하였습니다. 학위과정과 박사후 연구원 기간 동안 새로운 분야를 도전해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지도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연구분야를 접한 경험은 연구책임자가 된 지금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좋은 여건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저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오랜 기간 한결같이 열정적으로 연구해온 선배 연구자들을 생각하며 정진하고자 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무엇인가요?

 

A슈퍼커패시터는 1853년 처음으로 구동원리가 제안되었지만 100년이 지난 후 활성탄이 등장하며 비로소 상용화가 되었습니다. 이후 일부 전이금속산화물, 전도성 고분자와 같은 제한적인 소재만이 활용되었고, 리튬이온전지 분야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목 받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클래리베이트(clarivate) 노벨화학상 분야 후보로 거론된 빠뜨리스 시몽(Patrice Simon)교수,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교수, 유리 고고치(Yury Gogotsi) 교수는 나노소재를 통해서 슈퍼커패시터 분야의 도약 가능성을 다시 열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표면 레독스 메커니즘기반의 2차원 나노소재 연구는 기존 그룹들과는 차별화된 분야입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저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관련 학계에게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학문적 성과를 쌓고자 합니다.

    

Q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연구자가 기본 역량을 쌓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빠르고 쉽게 문제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정답을 손쉽게 찾는 것이 아닌 평생을 바쳐서라도 아무도 몰랐던 정답을 찾을 때 위대한 발견이 시작됩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남들과 다름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연구와 어떻게 다른지가 자신의 연구 정체성(identity)이 된다고 믿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남들과 다른 일을 하거나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호기심과 사고를 하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사회 여건이나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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