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흥 칼럼] 저작권과 소유권

이호흥 박사 | 기사입력 2023/09/03 [00:36]

[이호흥 칼럼] 저작권과 소유권

이호흥 박사 | 입력 : 2023/09/03 [00:36]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저작권(copyright, right of author)은 저작물(works)을 창작한 저작자에게 부여된 독점·배타적 성격의 권리다. 이에 비하여 소유권(property rights)은 유체재산을 보유한 자(소유권자)에 부여된 독점·배타적 성격의 권리를 가리킨다. 이렇듯 저작권과 소유권은 그 권리대상을 달리하기는 하나, 배타적 지배권으로서의 권리 성격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당초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설계할 때에 소유권 제도를 모방했음을 상기하면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과 소유권의 기본적 성격이 그러할지라도 구체적인 면에서 이들 양자는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권리의 대상에서 양자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저작권 대상인 저작물은 인간의 정신적 노력의 산물(知的 所産)을 대상으로 하는바, 이는 무체적 의미형상 즉, 무체재산(intangible property)의 하나다. 이에 비하여 소유권 대상은 유체재산(tangible property)인 물건(thing)에 한정된다.

 

예컨대, 대표적 저작물의 하나인 그림의 경우에 화폭은 그 자체로 유체물로서 소유권의 대상이나, 그 화폭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라는 무체적 의미형상은 저작권 대상이다. 현실에서 그림이 담겨진 화폭이 독립되어 거래되는 경우는 많다. 이 경우에는 그림이 구현된 화폭의 거래 즉, 소유권의 이전거래 등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유체물인 화폭이 거래된 것이고, 무체물인 저작물은 거래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달력이나 그림엽서 등에 이용하고자 한다면 그 소유권자가 아닌 저작자(화가)에게 허락 등을 얻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림의 저작권은 여전히 저작자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유권을 획득할 때 저작권(정확하게는 저작재산권)도 함께 양도 등을 받았다면 그 소유권자의 허락 등이 필요하다. 저작권을 양도받은 소유권자가 저작권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판결에서 유명인이 작성한 편지와 관련하여 편지지에 대한 소유권과 편지의 내용에 대한 저작권은 별개라고 판단한 예가 있다. 즉, 편지지라는 유체물에 대한 소유권은 그 편지를 수취한 사람에게 속하고, 그 편지 내용인 무체적 의미형상인 저작물은 저작권 대상으로 그 저작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편지의 내용이 저작물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권리의 존속기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저작권은 일정한 기간동안만 존속된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저작자 사망후 70년까지를 그 보호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소유권은 상속 등을 통하여 영구한 존속이 가능하다(소유권의 항구성). 뿐만 아니라 양자는 권리의 제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소유권에 비하여 저작권은 제한사유가 더 많은바, 이는 저작물 본연의 성격과 표현의 자유 등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이밖에도 세세한 차이가 있으나,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소유권과 별개로 행사될 수 있고, 소유권 역시 저작권과 별개로 행사될 수 있다”는 독일의 오래된 판결로서 일단의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저작권이 기초적으로 소유권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작권이 비록 처음에는 출판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출발하였으나, 프랑스 혁명 등을 거쳐 강한 인격권이 인정된 이래 소유권적 구성을 이루게 되었다. 그 구성에 터 잡아 저작권 제도는 그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이 발전은 소유권 유사의 저작권을 저작자에게 부여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초연결·초지능사회에서도 저작권의 소유권적 구성이 완벽한 것인지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이호흥 박사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 특허뉴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저작권,소유권,이호흥박사,유체자산,무체자산,사후70년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