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흥 칼럼] 저작권과 초상권

이호흥 박사 | 기사입력 2023/06/23 [17:36]

[이호흥 칼럼] 저작권과 초상권

이호흥 박사 | 입력 : 2023/06/23 [17:36]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저작권은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다. 저작물은 인간의 지적 소산(所産)의 하나인바, 저작권은 이를 창작한 저작자에게 소유권 유사의 독점·배타적 성격을 지닌 권리로서 존재한다. 저작권은 저작인격권(author's moral rights)과 저작재산권(author's economic rights)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이고, 후자는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다.

 

이에 비하여 초상권[right of portrait(likeness)]은 좁은 의미로 사람의 초상에 대하여 피사자(被寫者) 본인이 갖는 일정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는 사람의 얼굴, 음성, 성명, 서명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이라고 식별할 수 있는 특성이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거나 광고 등에 무단사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권리라고도 해석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는 초상권은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는 권리가 아니라 학설과 판례가 인정하는 권리다.

 

학설과 판례는 일부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초상권을 다시 인격권의 성질을 띤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과 재산권의 성질을 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자는 무단촬영 및 제작된 초상의 공표에 대한 거절권, 후자는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아니할 권리로 세분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 권리의 성격이나 제한, 양도나 존속기간 및 구제와 관련된 부분 등에서 정설이나 판례가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을 포함하여 초상권은 저작권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태생에서 저작권이 인쇄술 발명에 기인함에 비하여 초상권은 사진술 발명에 기인한다. 권리대상에서 저작권은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나, 초상권은 초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상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은 민법보다 먼저 제정된 저작권법에 의하여 준물권적 권리로서 확고하고 안정되게 규율되고 있음에 비하여 초상권은 그렇지 못하다는 차이 등이 있다.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물론, 특정의 행위를 규제하는 형태로서 초상권을 규율하는 기존의 법률은 여럿 있다. 저작권법, 언론중재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및 민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법은 부분적·제한적으로 규제하는 방식 등이기 때문에 초상권이 충분하게 보호되고 있지 못하다. 그 결과 특히, 어느 국가보다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초연결사회에서 초상의 보호와 이용 상황은 현재 혼돈에 처해있다고 진단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202212월 우리나라 법무부는 사람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인격표지영리권)를 신설하는 민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민법개정안은 기초적으로 사법의 일반법으로서 가장 기본적 성격을 갖는 민법이 개별적 권리관계를 규율하여야 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점, 내용적으로 존속기간이 짧고, 제한사유가 지나치게 추상화되어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앞서 2021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제출되어 국회에서 심의 중인바, 이 안은 초상 등의 보호와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초상 등의 정의, 보호받는 초상 등, 초상 등의 재산권 내용과 이의 행사 및 제한, 초상의 일신전속성 등이 그 내용인바, 그 권리의 성질에 맞게 또한 뚜렷한 권리로서 자리매김하는 형태로 제안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안은 예컨대, 초상 등의 재산권 양도 등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적극적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비판 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에서의 초상권 규율은 몇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먼저 저작권과 초상권은 비록 권리의 대상이 다를지언정 그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권리의 제한 등에서도 초상권을 저작권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독일 등의 입법례를 살피면 저작재산권의 제한 등과 매우 흡사함을 볼 수 있다. 현재 처한 초연결·초지능사회에서의 보호와 이용유통 상황을 보더라도 저작물과 초상의 그것은 유사점이 현저하다. 이들은 기왕에 다져진 저작권법 틀 안에서 초상권 규율을 안정성 있게 할 유리한 요소들이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필자_이호흥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 특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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