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치평가와 책임"... 파두사태를 보며

이상용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3/26 [16:23]

[칼럼] “가치평가와 책임"... 파두사태를 보며

이상용 감정평가사 | 입력 : 2024/03/26 [16:23]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감정평가사 수험생 시절, 학원에서 강의를 하시던 현직 감정평가사님이 소송으로 세상을 스스로 등지셨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감정평가사 시험 출제위원으로 유명하시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그 분의 학원강의를 수강해 강의내용에 대해 직접 질문도 한 경험이 있던 터라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감정평가사 시험을 합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졸업한 모 감정평가사님이 감정평가 사고로 여러 매스컴에 언급되면서, 형사처벌 관련된 루머가 감정평가사들 사이에 오랜 기간 돌았다. 

 

그러면서 느꼈다. 감정평가사는 매우 위험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그 뒤로도 업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평가서 작성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 개월 전에 모 국가기관의 부름을 받고, 내가 작성한 감정평가서의 적정성과 타당성에 대해 소명하기 위해 들어간 적이 있다. 

 

별도로 설치된 조사실에서 이름, 생년월일, 출신대학, 전공, 학번, 자격취득 시기, 소속 등을 시작으로 감정평가와 관련된 본격적인 질문이 들어오고 이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해나갔다. 4시간여의 조사를 마치고, 지장으로 조서를 빨갛게 물들이고 나서 귀가를 할 수 있었다. 덤덤했다. 원래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고, 감정평가서 작성에 항상 신중에 신중을 기했기에. 

 

다행히도 당국으로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에 있어 하자가 없음을 인정 받아서 문제없이 잘 종결되었다. 감정평가사는 가치에 대해 일종의 보증 또는 공증을 서고, 이에 대해 사후에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는 것을 숙명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 기술 및 지식재산(IP) 평가시장을 보면, 마치 ‘평가기관’으로의 지정을 특허 취득이나 인허가의 획득 정도로 보는 경향이 짙다. 공공부문에 제한적으로 지정하다가 최근에는 평가업무량 증가로 민간기업으로 지정이 확대되면서, 민간기업들의 안정적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가치평가의 사회성·공공성, 가치평가의 독립성, 가치평가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에의 개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자기 기술(특허)을 자기가 평가하거나, 평가를 빌미로 특허출원업무 수주행위를 병행하는 등 배임적 불법행위가 통제없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파두사태를 보면서, 터질게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특례상장 최초로 집단소송이 제기되었고, 상장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 기사 검색을 통해 사건을 정리해 보면, 복수의 ‘기술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에 대해 높은 등급평가을 받았고, 주관사인 증권사는 파두의 기업가치를 1조 이상으로 평가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공개(IPO)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뻥튀기 상장'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현재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주가가 급락한 상태이다.  

 

▲ 출처=freepik  © 특허뉴스

 

‘등급평가’와 ‘가치평가’라는 평가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작업인지 당사자들은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등급평가는 기본적으로 정성적 평가이기에 객관성 확보는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가치평가는 정량적 평가이기는 하나,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과거의 경험적 증거(empirical evidence)인 재무제표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평가자 입장에서는 실체가 없는 허상을 쌓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취지에 입각해 어떤 식으로든 객관화하기 위해 방안을 강구해야 했을 것이다. 본 파두사태로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한 이상, 사정기관과 재판부는 ‘등급평가’와 ‘가치평가’에 객관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이 기울여졌는지 체크해야 할 것이다. 

 

가치평가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이상용 감정평가사(삼일감정평가법인 무형자산사업부 본부장)  © 특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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